[마나오노] Perhaps Love 샘플/재판 안내
겁쟁이페달 2016. 12. 28. 19:57 |
Perhaps Love
표지 : 박쥐님
마나미 산가쿠 X 오노다 사카미치
겁쟁이페달 2차 소설 BL 회지, 만 19세 미만 구독 불가
컬러표지, 40페이지, A5 사이즈, 3000원
회사원 AU
우연히 만난 마나미와 오노다가 어찌저찌 관계를 갖게 되는 내용
약간의 강압적 성교 장면이 있습니다.
2018년 3월 3일
겁쟁이페달 온리전 Re:cycle ~다시 밟는 페달~
부스위치 페14/언덕타기
에서 위탁판매합니다.
수량조사는 따로 하지 않고 소량 인쇄합니다.
당일 신분증 검사 후 1인 1권 판매합니다.
현장판매 후 재고가 남으면 통판을 준비하겠습니다.
* * *
밤의 어둠을 간판의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으로 모두 몰아낸 선술집 거리는 낮보다 더 북적인다.
시각보다는 후각과 청각이 더 넘치는 거리다. 고기나 꼬치 요리를 굽는 냄새, 비릿한 해물들이 쌓인 곳에서는 소금기 묻은 물기 냄새, 매콤한 양념들이 확 오른 불길에 튀겨지고 볶아지는 기름 냄새가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묵직한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 숯불이 삐이 하고 연기를 피우는 소리, 그리고 얼근히 취한 굵직한 남자들의 외침 등이 뒤섞여 골목골목은 훈기로 가득하다.
이런 날은 어느 가게든 손님이 가득하다. 특히 애매한 수요일이나 목요일은 더더욱 그렇다.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책상에서 씨름을 했을 수많은 직장인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우르르 나와 이번에는 술집의 테이블 앞을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갓 입사 한 달째, 그야말로 온몸으로 신입의 티를 폴폴 내고 있는 오노다 사카미치 역시 딱딱한 나무 테이블 앞에 앉은 채 떨리는 손으로 맥주잔을 들고 있었다.
“음, 오노다군이라고 했나.”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굵직한 목소리가 이름을 부르면, 오노다는 화들짝 놀라 거의 펄쩍 뛰다시피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네, 네, 네, 후, 후쿠토미 부장님! 오, 오노다입니다!”
“씩씩해서 좋군. 술은 좀 마시나?”
오노다는 긴장으로 마른 목구멍에 힘을 주어 꿀꺽 침을 삼켜본다. 옆에 앉아 있던 오노다의 회사 선배, 테시마가 오노다에게만 들릴락 말락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그러나 오노다의 눈은 이미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건너편 대각선 자리에 앉은 후쿠토미는 지금 오노다의 회사와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는 거래처의 상사이다. 테시마가 아무리 ‘괜찮다’라고 말해도, 햇병아리 오노다로서는 그 ‘괜찮다’가 정말 ‘괜찮다’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도 눈과 함께 뱅글뱅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오랜 준비 끝에 겨우겨우 이 회사에 합격했을 때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무엇 하나 익숙하게 해내지 못해 실수만 하는 오노다를 테시마 선배가 몇 번이나 다독여 주었는지, 이 회사에서 적어도 민폐만은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빙글빙글.
“네, 네!! 열심히 마십니다!”
우렁찬 외침이, 시끄러운 술집 안에서도 제법 커다랗게 울린다. 그러면 후쿠토미는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음, 패기 넘쳐서 좋군. 그럼 한 잔 할까?”
“가, 가, 감사합니다!”
후쿠토미가 불쑥 손을 내밀어 커다란 맥주잔을 들면, 오노다도 얼른 자신의 500cc 맥주잔을 들어올린다. 막힘없이 단박에 한 잔을 비워내는 후쿠토미와 같은 속도를 내보아도, 오노다는 결국 반잔만 겨우 넘길 뿐이었다.
“푸, 푸하!”
“어이, 오노다 괜찮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
테시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오노다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그래, 무리하지 말아요.”
그리고 뒤이어 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퍼뜩, 오노다의 정신을 집중시킨다.
오노다의 바로 맞은편에 앉은, 바다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오노다와 눈이 마주치자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술기운 때문일까,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오노다는 저도 모르게 휙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음, 킨조. 올해 신입으로 아주 착실한 사람이 들어온 것 같군. 축하한다.”
후쿠토미의 인삿말에 테시마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슬쩍 입꼬리를 올린다. 테시마와 오노다를 이끌고, 후쿠토미와 당당히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킨조 부장이었다. 후쿠토미와는 다른 회사이지만, 꽤 오랫동안 거래 겸 도움을 위해 자주 만나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고, 테시마가 오노다에게 귀띔으로 알려주었었다.
“고맙군. 하코네에도 아주 훌륭한 신입이 들어왔지. 마나미군은 우리 쪽에도 소문이 자자해.”
킨조의 말에 테이블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내려졌던 오노다의 시선도 한 곳에 모인다. 오노다에 맞은편에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마나미는 집중되는 시선에도 흔들림 없이 시원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칭찬 감사합니다, 킨조 부장님.”
오노다 또한, 마나미에 대해서도 이미 들은 내용이 있었다. 분명 자신과 비슷하게 올해 처음 입사한 신입이지만, 실수 연발인 오노다와는 달리 마나미는 저쪽 회사에서 이미 충분한 실력을 인정받아 벌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 건너편에 앉은 후쿠토미와, 함께 온 아라키타 대리와, 신입인 마나미가 소속된 하코네 종합상사는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상위권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 견고한 회사였다.
지금 마주보고 함께 술을 마시고는 있지만, 오노다가 다니는 소호쿠는 지역 하청 회사. 회사의 규모나 다루는 프로젝트의 업무량은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런 면은 마나미와 오노다와의 차이만큼이나 확연하다.
지금도, 빚어놓은 것처럼 완벽하면서도 겸손하게 웃어 보이는 마나미의 능숙함이 오노다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오노다는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기분으로 마나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면 슬쩍, 마나미의 검푸른 눈동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오노다에게로 넘어온다.
못할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오노다는 다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나미와 시선이 마주할 때마다 그랬다. 오노다는 얼른 손을 들어올렸다. 무엇으로라도 두 사람 사이를 가려야할 것 같았다. 얼른 양 손으로 맥주잔을 잡고, 남아 있던 맥주를 벌컥벌컥 목에 들이부었다.
“야, 야아, 오노다. 괜찮아? 너 술….”
이미 신입생 환영회에서, 맥주 두 잔에 헤롱거리는 오노다를 목격했던 테시마가 얼굴을 찌푸리며 묻는다. 그러나 이미 오노다는, 꾸역꾸역 맥주잔을 비우고 한숨처럼 크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흘깃, 눈치로 고개를 들어보면 마나미는 부장들 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노다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한숨을 몰래 쉬어본다. 머리가 핑, 하고 도는 것은 아마도 후끈한 술집의 온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이후, 계약서를 검토하시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술집에서는 가벼운 분위기였지만, 차가운 밤거리로 나오자마자 갑자기 사무적인 무게감이 되돌아온다. 테시마는 정중한 목소리로 하코네의 사람들에게 목례를 한다. 그러면 후쿠토미는, 무뚝뚝한 표정은 그대로지만 아까보다는 살짝 풀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딱딱한 인사는 됐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킨조에게 연락하지.”
“음, 잘 부탁해.”
킨조가 먼저 손을 내밀자, 후쿠토미가 대답없이 와락 손을 마주잡고 악수한다. 킨조의 손은 이어 아라키타에게로, 그리고 마나미에게로 향한다.
“마나미군, 오늘 만나서 반가웠네. 나도 신입 시절에는 후쿠토미 부장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지. 괜찮다면 앞으로 우리 오노다에게도 도움이 되어줄 수 있나?”
“제가 더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마나미는 처음 술집을 들어갔을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오른손을 마주 내민다.
“네, 네! 오, 오노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는지, 테시마에게 붙잡혀 있던 오노다가 갑자기 양 팔을 번쩍 들고 인사를 했다.
“오, 오노다….”
“이런…. 소호쿠의 꼬맹이는 많이 취한 모양이네.”
아라키타가 끌끌 혀를 찼다. 오노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다시 조용해져버린다.
“테시마, 오노다의 집이 어디였지?”
“네? 아…. 분명히 A구의….”
“택시를 잡아줘야겠군.”
킨조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슬그머니 마나미가 손을 들었다.
“저, 괜찮으시면 제가 오노다군을 데려다줘도 될까요? 저도 그 방향이거든요.”
의외의 발언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마나미를 바라본다.
“아, 아니, 그래도 저희 아이 때문에… 그런 수고를… 미안해서….”
늘 침착하던 테시마조차도 당황한 듯이 말이 조금 느려진다. 그러나 대답은 오히려 아라키타에게서 나온다. 아라키타는 마나미의 등을 팡, 한 번 소리 나게 때리더니 쾌활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해, 테시마. 이 루키님한테는 이런저런 일을 다 시켜야 하니까. 오노다쨩도 안전하게 집까지 잘 모셔다 줄 거야.”
“오, 오노다쨩이라니…. 아, 아니 그래도….”
테시마는 허둥거리며 시선을 킨조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킨조도 어깨를 으쓱, 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부탁해볼까 마나미군.”
허락이 나오자 마나미는 바로 손을 내민다.
테시마는,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하는 오노다를 조심스럽게 힘주어 마나미쪽으로 밀어본다. 그러면 오노다는 의외로 순순히, 마나미에게로 휘청 걸어간다. 혹은 거의 쓰러지려는 오노다를 마나미가 솜씨 좋게 제 어깨에 기대어 받쳐 든다.
마나미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오노다의 팔을 들어 제 어깨에 두른다. 덕분에 오노다는 모로 마나미에게 기댄 채 똑바로 길거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조만간 연락하지.”
“마나미, 오노다쨩 안전하게 모셔줘라.”
각자의 인사가 밤바람과 함께 흩어진다. 시간이 꽤 늦어져, 북적거렸던 술집 거리도 점점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마나미는 잠시 골목 끝을 바라보더니 곧 어깨에 힘을 주어 오노다를 꽉 붙잡는다.
“그럼, 우리도 갈까요? 오노다군.”
“…네.”
이름을 부르면, 오노다는 반사적으로 대답을 흘린다. 마나미는 후후, 웃으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특히 제대로 걷지 못하는 한 사람을 받치고 걸으면 발걸음은 자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쌀쌀한 밤공기 사이를 마나미와 오노다는 천천히, 천천히 걸어간다. 이따금 술 취한 사람들의 나지막한 노래와,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 들릴 뿐 밤거리는 조용할 따름이다.
“…당연하지만 엄청 느리네.”
아스팔트 길을 누르듯이 천천히 걸으며 마나미가 혼잣말을 내뱉는다. 말은 입김이 되어 눈앞을 흐리게 만든다. 오노다는, 자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이 없다.
“…자전거 타고 싶다.”
터덜터덜 걸으며, 마나미가 다시 중얼거렸다.
“…………저도요.”
그러면 뜻밖에도 실오라기처럼 얇은 목소리로 대답이 나온다. 마나미는 화들짝 놀라 얼른 고개를 돌려본다.
“오노다군?”
“…….”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걷는 오노다에게, 이번에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전거 타고 싶어, 오노다?”
마나미에게 이끌려 천천히 한 발 한 발 떼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다. 마나미는 쓰게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
“…자전거 좋아해, 오노다?”
“…….”
“자전거 타고 있었는데, 그렇지?”
“……우.”
다시, 어깨 쪽에서 아기새보다도 작은 소리가 흘러든다. 마나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노다를 꼭 붙잡는 것에 신경을 집중한다.
“…우으….”
“어?”
그러나 아까보다 좀 더 힘 있고, 확실한 목소리가 나오자 마나미도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나미의 어깨에 기댄 오노다의 머리가 갑자기 더욱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할… 것 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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