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모/청핑/청도] Peach rain 샘플
쿠로코의 농구/아오모모 2016. 12. 30. 17:08 |
Peach Rain
표지 : 펭긴님(@p__engin)
아오미네 다이키 X 모모이 사츠키
쿠로코의 농구 2차 NL 소설 회지, 만 19세 미만 구독 불가
컬러표지, 28페이지, A5 사이즈, 2500원
안 사귀는 둘이 놀러갔다가 비를 만나는 이야기.
2017년 1월 7일 디페스타, 부스 [X8b]
2017년 1월 8일 대운동회, 부스 [T1]
에서 위탁판매합니다.
수량조사는 따로 하지 않고 소량 인쇄합니다.
당일 신분증 검사 후 1인 1권 판매합니다.
현장판매 후 재고가 남으면 통판을 준비하겠습니다.
“다이쨩, 빨리!!”
목소리만큼이나 다급한 발걸음으로, 모모이가 헐레벌떡 거리를 달려간다. 모모이의 딱 한 걸음 뒤편에는, 모모이에게 점퍼 소매를 붙잡힌 아오미네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함께 달리고 있다.
아니, 달린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야 지금 당장 모모이를 들쳐 업고 누구보다도 한 달음에 저 편 가로등까지 달려갈 수 있을 아오미네지만, 지금은 그저 모모이의 보폭에 맞추어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애매한 걸음으로 끌려가듯 발을 움직일 뿐이었다.
“야, 사츠키.”
안절부절못하는 모모이와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약간은 느긋함이 느껴질 정도로 늘어진 아오미네의 부름에도, 그러나 모모이는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치지도 않고 달린다. 구두굽이 타박타박 경쾌한 소리를 아스팔트에 음표로 찍어낸다.
“사츠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살짝 팔을 돌려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아오미네의 큰 손은 손쉽게 모모이의 손목을 그러쥔다. 갈색 코트와 한 번에 가냘픈 손목을 움켜쥐면 그제야 덜컥 모모이가 멈춘다.
“왜, 다이쨩! 지금 급한데…!”
모모이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휙 고개를 돌리면, 아오미네는 말보다 먼저 자신의 왼손을 들어올린다.
모모이의 눈앞에 아오미네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정확히는 그의 손목에 채워진 전자시계가 들어온다. 자정을 지나, 네모에 가까운 숫자 0이 세 개나 그려진 시계판이 가로등 불빛을 반사해 묘한 색으로 물든다.
“말도 안 돼!”
그 숫자는 모모이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모모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시계를 잔뜩 노려보았지만, 그래도 숫자는 변하지 않고 묵묵히 모모이를 마주본다. 그래서 모모이는 원망의 시선을 훽 들어 올려 아오미네에게 향한다.
“다이쨩, 바보 멍청이! 그러니까 빨리 나와야 한다고 했잖아!”
“아, 뭐…. 잔소리쟁이.”
“잔소리가 아니야!! 막차 놓쳤잖아! 어떡할 거야!”
평소라면 자정이 넘은 밤거리에서 큰소리를 내는 것이 민폐임을 알지만, 지금의 모모이는 당혹감과 분노로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집에서 한 시간은 더 떨어진 낯선 거리에, 모모이는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제공자임이 분명한 눈앞의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만 으쓱해 보이더니 덤덤하게 말한다.
“그래도 내가 이겼잖아.”
그 무신경한 대답은, 결국 모모이가 두 손 들고 항복하게 만들어버렸다.
“다이쨩 바보!”
모모이는 훽, 아오미네를 잡았던 손을 놓고 등돌려버렸다. 당장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생각 없이 태평한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오랜만의 주말, 돌아다니기 딱 적당하게 풀린 날씨. 오래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다른 도시. 기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지만 둘이서 함께 가는 여행에 모모이도 들떠버렸다. 평소보다 정성들여 한 화장, 신경 써서 입은 옷. 늘 무표정하지만, 그래도 함께 기차에 타고 옆에 앉아주는, 소꿉친구.
주말을 함께 보내는 것도, 이렇게 먼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함께 해주는 아오미네는 그러나 모모이의 남자친구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저 어렸을 때부터의 질긴 인연이 계속된 것일 뿐. 모모이도, 이런 관계가 주변에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역시.
아오미네가 하품을 하면서도 흔쾌히 옆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뿌듯하고 기분 좋다. 그래서 모모이도 기분이 좋아져, 어쩌면 긴장이 풀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저녁을 먹고 바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지나간 곳이 길거리 농구장 근처였고.
마침 실력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고.
그러면 당연하게도 아오미네는 반응해 버리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모이도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가 설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너무 가혹한 결론을 이끌어 내리라고는, 모모이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 내가 바보지. 내가 실수했어! 다이쨩이 한 번 시작하면 절대로 절대로 적당히 끝낼 리 없다는 걸 알았어야 하는데. 아니 알고 있었는데!”
“…사츠키.”
“이제 어떡해? 근처에 24시간 하는 레스토랑이 있나? 패스트푸드라도? 아니면 노숙? 공원에서?”
“사츠키.”
거의 패닉에 빠져 중얼거리는 모모이를, 다시 한 번 아오미네가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아 돌린다. 그제야 모모이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면,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살짝 변해 있다.
“비 온다.”
“뭐?”
찡그린 아오미네의 표정과 말에, 모모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들어본다. 하늘은 별조차 보이지 않고 그저 새까맣지만, 차가운 물방울은 모모이의 얼굴에 닿지 않는다. 그래서 모모이는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내렸다.
“다이쨩, 무슨….”
“아니, 진짜로. 비 온다니까.”
킁킁, 하고 코까지 움직이는 아오미네의 표정이 조금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모모이의 얼굴도 심각해진다. 아오미네의 감을, 모모이도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그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드디어 모모이의 콧잔등에 툭, 하고 낯선 감촉이 느껴진다.
“거짓말….”
“일단 뛰자.”
아오미네의 커다란 손이, 모모이의 손을 꽉 붙잡는다. 아까와 반대로, 이제 아오미네가 앞장 서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아직 뛰는 발걸음이 아닌 것은, 모모이에게 맞추기 위한 것.
모모이는 토닥토닥 아오미네가 이끄는 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가로등 켜진 거리를 달려, 유리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검은 아스팔트가 눈에 띄게 얼룩무늬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투둑, 투둑, 하고 귓가를 두드리는 비의 발자국 소리가 선명해지는가 싶더니 곧 바람이 부산스러워진다. 이제 모모이의 얼굴에, 머리에, 아오미네와 맞잡고 있는 손 위에 확실하게 빗방울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얼른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빗줄기가 어둠을 뚫고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선명한 직선을 그으며 내리기 시작한다.
“…최악이야….”
노란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버스정류장은 호젓하다 못해 쓸쓸하고 추웠다.
모모이는 밤비 내리는 고요한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넓은 사거리는 그나마 상점가인 듯, 건물들이 줄서 있었으나 어느 곳 하나 불 켜진 곳이 없다. 모모이는 저도 모르게 코를 훌쩍이며 아오미네의 어깨에 바싹 기대선다.
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모모이의 머리 위에서 들린다 싶더니 아오미네가 팔을 들어 모모이의 어깨를 감싸쥔다. 빗방울 묻어 선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점퍼에 비해 아오미네의 손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져 모모이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한 번 떨었다.
“그러게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고 오냐, 못난이.”
“못난이라고 하지 마!”
“이래서야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못 하잖아. 못난이.”
“다이쨩 바보! 못난이 아니, 에, 에취!”
밤비는 순식간에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모모이는 오슬오슬 떨리는 몸을 좀 더 아오미네 쪽으로 기댔다. 그것은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커다란 아오미네의 몸은 차게 내려앉은 밤공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맞은 온기를 내뿜고 있어, 모모이를 저절로 부르는 것 같았다.
자동차도 지나가지 않는 밤거리에,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과장되게 들린다. 아오미네는 몇 번이나, 모모이의 떨리는 어깨를 큰 손으로 느리게 쓰다듬어주었다. 모모이도 아무 말 없이 아오미네의 품에 기댄 채 몇 번이나 코를 훌쩍였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야, 안 되겠다.”
침묵을 깬 것은 아오미네였다. 아오미네가 갑자기 손을 내려 모모이를 놓아주었다. 온기가 떠나가자 모모이가 다시 한 번 얕게 기침을 했다.
“사츠키, 저기.”
모모이의 어깨를 붙잡던 손이 약간 먼 건너편을 가리킨다.
아오미네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가로등 불빛만 점점이 남은 거리에 유일하게 묘한 노란빛을 내는 간판이 하나 보인다. 건너편이라기보다는 골목 안쪽에 있을 건물.
거리가 멀어 모모이에게는 정확하게 간판의 글자가 읽히지 않는다.
“에…. 저기가 뭐하는 곳인데?”
“일단 따라와, 뛰자.”
“어? 아니, 잠깐, 다이….”
모모이가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아오미네가 다시 모모이의 손목을 잡아끈다. 아오미네가 일단 힘을 쓰면 모모이는 완력으로 이길 수가 없다. 지붕을 벗어나 다시 비를 맞으면, 싫어도 아오미네의 뒤를 쫓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를 신호도 무시하고 횡단하며, 네온사인 간판을 향해 뛰어간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 모모이도 차츰 간판의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모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타가나로 적힌 불빛의 글씨를 찬찬히 읽어간다.
“…뭐야…로…망스… 러브… 호… 러브호?!!”
그리고 민망한 단어를 더 읽지 못하고, 모모이는 힘주어 멈추기 위해 팔을 당겨본다.
“자, 잠깐, 다이쨩! 다이쨩!”
그러나 다급한 모모이의 외침에도, 아오미네는 반응이 없다. 오히려 모모이의 당기는 힘이 우습다는 듯이, 더욱 힘을 주어 손목을 끌어당긴다. 모모이는 다른 손을 움직여 아오미네의 팔을 마구 두드려보지만, 아오미네의 힘에는 당해낼 수가 없다.
“다이쨩, 다이쨩!”
네온 간판이 점점 가까워지자, 모모이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오미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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